이양덕의 詩 文學
안개 본문
안개
이만섭
또 안개가 아침의 민낯에 분칠하고 극성이다
길가 양버즘나무 제 그림자 뒤로 숨어들 듯
점,점,점, 소실해가고
그 위를 나는 새
그물망에 걸려버렸다 대책 없다
사위는 강물처럼,
안개는 늦잠을 즐기는 게으른 어부처럼
고기떼들을 통발에 가둬놓고 저렇게 태연하다
어느 사이
그물망에 결려 옴짝달싹 못하던 새
다행히 허공을 빠져나와 나뭇가지에 안착하고
날개 언저리에 물감처럼 번진 이슬
톡톡 불거졌는데
나무는 나무대로 제 잘못이 아닌데도
멋쩍은 듯 쭈뼛거리며 서 있다
아무리 익숙한 것일지언정
밤사이 무탈하게 재회하는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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