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그리움이 바람으로 올 때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그리움이 바람으로 올 때

이양덕 2010. 11. 21. 21:11

 

 

 

 

그리움이 바람으로 올 때

 

 

       이만섭

 

 

강 건너 처진개벚나무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편 갈대는 아무렇지 않는데

 

나무의 그림자가 비낀 강물로 따라 뒤척이고

 

강물로 바라보는 것들이 젖어나고

 

더 정확히는 강물이 내 눈빛으로 옮겨와

 

한동안 산책길 발길을 끊었다

 

나의 시선을 투명한 곳에 두는 동안

 

조금씩 적막의 독소들이 빠져나가고

 

그 후 오랫동안 산책을 하지 않아

 

찌뿌등한 몸이 근질거려 다시 길을 나서는데

 

벤치 저 편에서 들리는 하모니카 소리

 

귀는 여전히 살아 또다시 낯익은 음표를 단다

 

그 사이 습관이 나를 속였던 것이다

 

모두 바람의 짓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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