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햇봄 본문
햇봄/이만섭
꽃들의 부리들이 노랗다
언저리마다 솜털을 달고 뒤적뒤적
느슨한 폐활량으로 불어오는
명지바람에 기대어 유산소운동을 즐긴다
누군가 간질이고 싶은 듯
비눗방울 같은 공기주머니들 톡톡
소리 안 나게 터트리며
조그만 입을 오므려 여닫는 숨비소리
무언가를 엿보듯 아른거리며 다가오다가
인기척에 놀라 저만치 달아나며
제풀에 겨운 무언극에 열중이다
나도 휘파람을 불어 대꾸하고만 싶은데
행여 호각소리로 알고
굳은 얼굴로 달아날까 봐
기지개 켜다 만 표정으로
살금살금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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