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우레의 시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우레의 시

이양덕 2011. 6. 28. 13:01

 

 

 

     우레의 시 /이만섭

 

 

 

      벌레의 귀로 북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고막은 터지고, 파편처럼 찢겨나간 흔적 

      진동이 끝닿는 허공 어디쯤,

      팔만사천이라도 좋을 곳에 이를 수 있으리

      그렇지 못하여 제 노래에 빠진 벌레여,

      그대의 소리는 밤의 것,

      그대의 소리는 고요의 것,

      그대의 소리는 달빛의 것 ,

      다만 그렇게 한 자락 풀숲의 풍각쟁이가 되어

      풀잎의 현을 켜는 소리를

      정적은 귀만 깜빡이며 엿듣고 있구나

      눈 밖의 사물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는 나여, 

      거울 너머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나여,

      나는 저 허공의 공활한 간극을 두고

      밤이면 별의 노래를 부르는구나.

      갠 날 푸른 하늘을 따라 불러도

      궁창에 이르지 못해 가슴 굽이치는구나

      깨워낼 듯, 깨워낼 듯, 시가 되지 않는 것을 붙들고

      이토록 억지 부르며 진저리치는구나,

      벌레는 달밤을 위한 시를 쓰고

      천둥은 비를 위한 시를 쓰는데

      나의 궁핍은 이다지

      우렛소리로 공명을 삼으려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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