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꽃들의 행방 - 이만섭 본문
꽃의 행방 /이만섭
나무에게 겨울이 온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또다시 꽃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존재의 명령일까,
어디에도 개화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추위를 가시처럼 몸에 들여놓았으니
소실해 간 꽃의 자국 잊었다거나
혹은 감춰버린 것은 아닌지,
봄으로부터 너무 멀리 왔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그러나 각질 사이에 들어있는 푸른 내력을 헤집어 보면
꽃이 왔다가 간 자리에 열매를 지었던 흔적 역력하다
한 차례 성장기를 지나왔으니
꽃은 오래전에 때를 거두고 떠났거늘
이쯤에서 꽃을 찾아 나서는 일이 가당키나 할까,
그럼에도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는
저 寒地에서의 수행이란
꽃을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선 채로 다다를 수 있게
절벽을 타듯 제 몸을 기어오르며 그러다가
물끄러미 올려본 허공은
뿌리로부터 가장 먼 곳에 떠있는 화엄
꽃은 거기에 있을 거라고,
묵묵히 기다리는 일이 찾아가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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