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꽃들의 행방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꽃들의 행방 - 이만섭

이양덕 2011. 12. 5. 20:50

 

 

 

 

    꽃의 행방 /이만섭

 

 

 

     나무에게 겨울이 온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또다시 꽃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존재의 명령일까,

     어디에도 개화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추위를 가시처럼 몸에 들여놓았으니

     소실해 간 꽃의 자국 잊었다거나

     혹은 감춰버린 것은 아닌지,

     봄으로부터 너무 멀리 왔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그러나 각질 사이에 들어있는 푸른 내력을 헤집어 보면

     꽃이 왔다가 간 자리에 열매를 지었던 흔적 역력하다 

     한 차례 성장기를 지나왔으니

     꽃은 오래전에 때를 거두고 떠났거늘

     이쯤에서 꽃을 찾아 나서는 일이 가당키나 할까,

     그럼에도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는

     저 寒地에서의 수행이란

     꽃을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선 채로 다다를 수 있게

     절벽을 타듯 제 몸을 기어오르며 그러다가

     물끄러미 올려본 허공은

     뿌리로부터 가장 먼 곳에 떠있는 화엄

     꽃은 거기에 있을 거라고,

     묵묵히 기다리는 일이 찾아가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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