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가방의 발견 ㅡ 이만섭 본문
가방의 발견
이만섭
가방은 등이 두 개다
등이 등을 지고 있다
견갑골 사이로 오르내리는 손들로
몸의 무게를 떠받치며
아침은 비어있던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발의 지도를 접어 넣고
저녁이 오면 짐을 챙겨 돌아온다
길을 위해 한 몸 걸머지고
끊임없이 감당하는 일상들,
어깨에 매단 끈들이며
납작한 뱃가죽은
등을 위해 지어놓은 솔기들이다
누군가의 등이 되어
등의 안쪽에 이타적 가슴을 들여놓고
외줄을 타도 매달리지 않고 받드는
지극한 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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