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종이컵, 그 입술에 대한 예의 본문
종이컵, 그 입술에 대한 예의
이만섭
한 사람이 방금 그와 주고받은 입술을 팽개치며 자리를 떠났다
또 한 사람이 방금 그와 주고받은 입술을 팽개치며 다시 자리를 떠났다
모두 그렇게 마지막을 확인할 여유조차 없이
바닥에 뒹굴면서도 아직 온기를 간직한 입술들,
충격에 빠진 듯 멍하니 벌린 입 다물지 못해
고스란히 드러난 혀의 얼룩들,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종이컵은 왜 입술을 달고 태어난 것일까,
한 번의 사랑이 독이 될 줄 몰랐다
서로 입김을 올리며 다정했던 자리
무덤처럼 삭막하다
저 무례한 시간 밖에서 오는 다른 한 사람
입술 나눈 적 없는데
등 굽혀 조용히 거두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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