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하경(夏景) 이만섭 본문
하경(夏景)
이만섭
저 산수가 한 마장 동색의 둘레길이다
어느 마을에 복사꽃이 피고
어느 마을에 산수유가 피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쪽저쪽 두메 굽어보듯
푸름 끼리 어깨동무하고 있어
그저 그늘 아래를 자드락자드락 걷는다
한철 더불어 물들어 간다마는
이 몸 품어 있는 꿈 깨어 쓸쓸해질 때
창은 네모난 풍경을 떼어내겠지
그때까지 울타리는 나팔꽃을 건사하고
버즘나무는 등걸에 매미 앉혀 노래 부르게 하겠지
계절은 유정하고 유정해서
장마가 냇물을 몇 번인가 씻어내는 동안
뒤란의 오동나무는 코끼리 귀 같은 잎사귀를 달고
나긋나긋 푸름을 노래하겠지
이곳 그늘을 빠져나가는 동안
내 마음 나뭇잎보다 더 푸르러 있으니
아편 같은 청록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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