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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늘과의 포옹 ㅡ 한석호

이양덕 2013. 12. 1. 14:30

 

 

 

 

 

 

 

 

 

 

미늘과의 포옹

 

 

   한석호

 

 

 

 

꽃의 이면에서 서성이는 불면들은 아직도

누군가를 부르는 간절한 호명,

당신이라는 조리개 밖에 방점을 찍고 나니

개 짖는 소리가 낡은 인화지 속에서 뛰어나온다.

그늘의 내장에서 꺼낸 침전물들은

오래된 오해가 답보한 부유물들,

흩어지기 위해 쌓이는 모래알들이

한때 바람이었던 발자국의 어제를 지운다.

침묵을 놓고 간 자의 서명들이

유예가 가능한 품목들의 표지를 장식한다.

미욱했던 시간 앞에서는 사랑도

고해성사하듯 옷깃을 여며야 한다고 쓴다.

죽은 꽃들이 터뜨리는 셔터 소리가

찌 끝에 형광색 물보라를 세우고 있다.

그대라는 트라우마와 싸워야 하는 오늘 밤엔

부호를 깊게 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앵글 속 시간이 상처를 다시 포옹할지 모르므로.

 

 

 

 

                       —《문장 웹진》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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