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12월이라는 악기 ㅡ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12월이라는 악기 ㅡ 이만섭

이양덕 2013. 12. 6. 07:42

 

 

 

 

 

 

 

 

12월이라는 악기

 

 

    이만섭

 

 

 

문바람에도 열두 줄 현을 탄다

가얏고 공명관의 소리여울 따라 

쇠기러기 나는 소리

벽오동나무 우듬지에 걸린 북방의 한천이

계면조풍의 삭막이다

저 침울한 빛깔 딛고 오시는 이를 위해

푸른 가지 받들어 마중 드는 나무

어느 장인이 일구월심으로 빚어놓은 것일까 

온갖 풍상 다 겪은 몸뚱어리 하나

덩그마니 남은 자리 

텅 빈 공중은 화답이라도 하듯 

기와색 고층운을 걷어내며 온온한 여백을 들여놓았다

저무는 날에도 꿈은 비장해서

이마받이라도 하듯 우러르는 하늘 

천상을 비행해오는 흰 새의 군무를 위해  

열두 줄 현을 탄주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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