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12월이라는 악기 ㅡ 이만섭 본문
12월이라는 악기
이만섭
문바람에도 열두 줄 현을 탄다
가얏고 공명관의 소리여울 따라
쇠기러기 나는 소리
벽오동나무 우듬지에 걸린 북방의 한천이
계면조풍의 삭막이다
저 침울한 빛깔 딛고 오시는 이를 위해
푸른 가지 받들어 마중 드는 나무
어느 장인이 일구월심으로 빚어놓은 것일까
온갖 풍상 다 겪은 몸뚱어리 하나
덩그마니 남은 자리
텅 빈 공중은 화답이라도 하듯
기와색 고층운을 걷어내며 온온한 여백을 들여놓았다
저무는 날에도 꿈은 비장해서
이마받이라도 하듯 우러르는 하늘
천상을 비행해오는 흰 새의 군무를 위해
열두 줄 현을 탄주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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