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원구식의「삼겹살을 뒤집는다는 것은」감상 / 맹문재 본문
원구식의「삼겹살을 뒤집는다는 것은」감상 / 맹문재
삼겹살을 뒤집는다는 것은
원구식
오늘밤도 혁명이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을 뒤집는다.
돼지기름이 튀고,
김치가 익어가고
소주가 한 순배 돌면
불콰한 얼굴들이 돼지처럼 꿰액 꿰액 울분을 토한다.
삼겹살의 맛은 희한하게도 뒤집는 데 있다.
정반합이 삼겹으로 쌓인 모순의 고기를
젓가락으로 뒤집는 순간
쾌락은 어느새 머리로 가 사상이 되고
열정은 가슴으로 가 젖이 되며
비애는 배로 가 울분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삼겹살을 뒤집는다는 것은
세상을 뒤집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이 불판 위에서
정지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너무나 많은 양의
이물질을 흡수한 이 고기는 불의 변형*이다!
경고하건대 부디 조심하여라.
혁명의 속살과도 같은 이 고기를 뒤집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입안 가득히
불의 성질을 가진 입자들의 흐름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세상이 훼까닥 뒤집혀 버리는
도취의 순간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
* 바슐라르, 「불의 정신분석」참조.
—《시인세계》201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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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불가능”한 시대에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을 뒤집는” 모습은 즐겁기보다 서글프다. 그래도 삼겹살을 뒤집는 것이 “불의 성질을 가진 입자들의 흐름을 맛보”는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또한 “정반합이 삼겹으로 쌓인 모순의 고기”를 뒤집는 일이기에 동참할 만하다. 정반합(正反合)은 헤겔 본인이 사용한 적은 없으나 그의 변증법을 해설하며 붙여진 논리의 전개 방식이다. 정(These)과 그것에 반대되는 반(Antithese)이 갈등을 통해 보다 새로운 합(Synthese)에 이르고, 이 합(진테제)은 다시 정(테제)이 되고 반(안티테제)을 만나 또다시 합(진테제)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복으로 나아가면 보다 진리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반합”에는 “정지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역사 발전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삼겹살을 뒤집는” 일은 “세상을 뒤집는” “혁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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