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저 달 ㅡ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저 달 ㅡ 이만섭

이양덕 2014. 9. 29. 09:34

 

 

 

 

 

 

 

 

/이만섭

 

 

 

 

검은 교자상 위에 한 접시

오므라이스를 차려놓은 요리사의 부푼 손길은

일몰처럼 지워지고

빈자리 홀로 차지한 저 달

 

일말의 날개도 깃털도 없이

노란 풍선에서 흘러내린 실끈 하나 쥐어주고

저만치 자맥질하는 저 달

 

어둠의 골짜기 깊어질수록

창문 밖 풍경은 적막하기만 한데

뭉뚝한 손끝으로 찔러보듯이

무슨 말인가 해주길 바라는 저 달

 

오래 전부터 그래왔건만

이 세월에도 묵묵부답이어서

이슬 매단 거미줄에 은빛 색칠하는 늦밤

둥근 심지를 태우고 기울 때,

 

내 쓸쓸한 간격을 좁혀

멀구슬나무 등 뒤로 건너와

치자색으로 익어간 열매를 굴리며

끝내 밝힐 수 없는 이유를 안고 가는 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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