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저 달 ㅡ 이만섭 본문
저 달 /이만섭
검은 교자상 위에 한 접시
오므라이스를 차려놓은 요리사의 부푼 손길은
일몰처럼 지워지고
빈자리 홀로 차지한 저 달
일말의 날개도 깃털도 없이
노란 풍선에서 흘러내린 실끈 하나 쥐어주고
저만치 자맥질하는 저 달
어둠의 골짜기 깊어질수록
창문 밖 풍경은 적막하기만 한데
뭉뚝한 손끝으로 찔러보듯이
무슨 말인가 해주길 바라는 저 달
오래 전부터 그래왔건만
이 세월에도 묵묵부답이어서
이슬 매단 거미줄에 은빛 색칠하는 늦밤
둥근 심지를 태우고 기울 때,
내 쓸쓸한 간격을 좁혀
멀구슬나무 등 뒤로 건너와
치자색으로 익어간 열매를 굴리며
끝내 밝힐 수 없는 이유를 안고 가는 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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