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 이만섭

끈

            이만섭

 

풀린 구두끈을 묶는다

지하도 계단을 내려오다가 하필

머릴 숙여 내려다보는 경사면이

신발의 대칭에서 풀려 헤진 만큼 가파르다

새삼스럽게도 내게 끈이 있는 줄 모르고 지냈다

그동안 끈은 줄곧 묶여있어 생각을 뒤집지 못한 것이다

지속적인 긴장으로 팽팽하던 자리 풀어지고 나서

그만 터벅거리는 발걸음을 알아차리니

비로소 끈의 힘을 생각했다

번지점프에서 새처럼 몸을 공중에 날려 보내는 것도

끈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이리라

끈의 법도란 결속되어 자유롭지 못할 때

끈 밖의 자유를 허락하는 일이어서그렇듯

나는 구두끈을 잊고 지낸 것이다

내 허락된 끈으로 마음을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