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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려고 - 이만섭

이양덕 2015. 8. 4. 05:20









   꽃이 피려고 


                이만섭




       어두워지는 저녁이 푸르다

       서쪽 하늘 벽에 하현을 걸어놓고

       붉은 내를 이루던 노을은 주술이었을까,

       보이는 것마다 갈마들던 바람이

       안개처럼 유순해지고 그 부드러운 손목에

       이끌린 골목이 대문 앞에 멈출 때

       한 고요 들여놓은 듯 머츰해진 담장의 숨결이며

       저녁의 감정이 봄날을 베꼈다

       밤의 무슨 비밀을 포장하는 중일까

       풍경들 꾹꾹 눌러놓고 수굿해진 생각들 끌어내

       어디론가 마중을 들게 한다

       풀잎 위에서 이슬 짓는 별빛과

       강물 사이에서 꿈을 빚는 달빛 사이 드러난

       어둠의 색깔이 요요하다

       저 길로 누군가 올 것만 같은

       그런 허방이 손을 내민다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듯,

       빛은 보이는 것을 지각하게 하나

       어둠은 보이는 것을 지각하게 한다

       밤공기에도 두근대는 숨소리가 섞인 듯

       감정의 밧줄을 타고 내려간 심연은

       이미 대공 하나 품고 있어

       가슴 저릿하도록 밀고 올라오는 저 무엇은

       눈부신 아침을 준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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