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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는 바쁘다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먼지는 바쁘다 - 이만섭

이양덕 2016. 1. 8. 08:21

 

 

 

 

 

 

 

먼지는 바쁘다


                이만섭



  이 도시의 구들을 뜯어 적재함에 싣고 도로를 질주하는 덤프트럭을 뒤따르지만 먼지 떼들, 하치장이라고 써 붙인 팻말 너머 매케한 동굴 속을 들어갔다가 돌아 나오는 중년의 사내 턱수염이 덥수룩하다, 먼지를 좇는 것인지 구분이 애매한 그도 한 집안의 가장일 테다, 비록 하찮은 일에 얽매인 듯해도 그것은 이유가 되지 못해 새벽같이 오늘도 대문을 박차고 나와 당도한 곳은 켜켜이 먼지 쌓인 낡은 가옥이다, 구석에 처박혀 집단생활을 한 지 백 년쯤 되었을까, 마스크와 장갑 사이 풀썩풀썩 이는 미립자들은 수천만의 날개를 달고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달아날 듯 달아나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한 호흡 들숨에서도 제 영역을 지켜내며 무럭무럭 팽창하는 폐활량도 드물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사람들은 이주를 하고 새로이 정착을 하지만 다시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저들의 성화에 못 이겨 떠났던 곳으로 돌아오는 반복적 삶이 힘겼다, 이 도시의 건조증을 해방시키기 위해 기꺼이 노역한 선택한 중년의 한 가장을 질타하듯이 부려먹는 구들의 무게 위로 일사불란하게 날아오르는 먼지 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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