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먼 후일이라는 말에서- 이만섭 본문
먼 후일이라는 말에서
이만섭
오늘이 있어
어제와 내일이 나누어지건만
몸의 어제가 생각의 내일에 가 있을 때
아득히 지워지는 오늘,
어느 해 질 무렵
우두커니 바라보던 먼 산이
이편을 비워내듯
눈두덩이의 잔등에 올라앉아
한 생각 붙들어 놓는다.
그때까지도 묶인 자루처럼
몸은 제 무게를 괴어보듯 가부좌를 내준 채
생각을 감당하느라 만사를 잊고,
삶의 오만가지 일 가운데
실한 것은 이미 떠나버렸고
나머지마저 허공의 배후가 되어
자취 감추었는데
무덤처럼 몸만 남아
묏등에 풀자라듯 세월에 얹혀
세월이 그려준 초상화를 생의 벽에 내걸었다.
마음이여, 그럼에도
저와 같은 뜻을 품었는가,
비키지 못한 예언처럼
죽장망혜에 의지한 몸이라지만
굽이굽이 돌아온 몸을
마중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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