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佳客은 떠나고 - 이만섭 본문
佳客은 떠나고
이만섭
가고 나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참으로 절창이었다고, 뒷북치듯 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모른 채 단지 묻지 못한 애석한 일들은 오늘도 흘러 다닌다. 시장바닥에서 네거리에서 골목길에서 사람들은 노래방처럼 흉내 낸다. 봄날은
간다는 노래도 사실은 그렇게 불리고 있다. 아마도 그는 푸른 대밭에서 수 삼년쯤 외로움을 견디었을 것이며 질탕치는 폭포수 아래서 또한 수 삼년 쯤 그리움을 견뎠을 것이며 그런 운수행각으로 부대낀 것을 오늘에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살부대끼고 싶은 것이다. 그는 안개 낀 청산으로 날아간 한 마리 단정학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저녁놀이 서녘 마루에 걸릴 때 해묵은 소나무 그림자처럼 커다란 어깨만 보이며 무연히 서쪽 하늘로 저무는 지상을 몰고가는 행렬을 보았다. 천지간이 그의 그림자에다 덮일 때까지 하늘도 은빛 구름을 선사하는데 그는 노래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간직한 것이 꽁꽁 묶여 있는 것을 결자해지라도 하듯 슬며시 손 내밀어 풀어헤치며 가난한 아낙이 식구들을 위해 저녁밥 짓느라 초가지붕 위로 흰 연기를 피워 올리듯 밤을 맞이하는 따듯한 손길로 온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은은해지는 향기가 되어 소멸하는 적녁놀이 절창을 위해 친 북소리를 거두듯 세상의 아름다움이 잠기는 풍경과도 같이,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방울 편지 ㅡ 이만섭 (0) | 2017.02.14 |
---|---|
구두는 왜 바닥을 보여주지 못하는가 ㅡ 이만섭 (0) | 2017.01.18 |
TV를 꺼놓고 ㅡ 이만섭 (0) | 2017.01.01 |
울고 있는 사람 ㅡ 이만섭 (0) | 2016.12.18 |
돌아온 나무 - 이만섭 (0) | 2016.12.06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