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마당의 초대 - 이만섭 본문
마당의 초대
이만섭
실로 오랜만에 초대를 받고
내가 들어선 마당은
발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바짝 뒤따르며
그자리가 중심이 되고 싶기라도 한 듯
이리저리 나를 챙기고 있다.
마당을 방해하던 것들은 말끔히 치워지고
나만 우뚝해서 더욱 초대받은 듯
울타리까지 길게 뻗어나간 그림자를 물끄러미 헤어보는 것인데
어느새 울타리는 성곽처럼 다가와
별도로 나의 시선을 붙들고
민들레 영토 한 귀 빌려 버젓이 꽃 피워냈다.
이 뜰에 함부로 바람이 들면
무슨 그물을 올려 그 날개를 접어놓을 것이냐,
오동나무 같은 활엽은 소란스러울 테고
구상나무 같은 침엽은 날개들이 숭숭 빠져나가
내가 소망하는 마당의 자태를 얻지 못할 것이니
아무래도 이것은 사소할 수 없는 일이어서,
달이 차올라 사방을 환하게
비추는 것도 잊고 마당 가운데 홀로 갇혀
오랜 벗이 그의 누옥으로
초대한 마음을 안고 쑥스레 서 있다.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全景을 읽다 - 이만섭 (0) | 2018.10.12 |
---|---|
대나무 ㅡ 이만섭 (0) | 2018.09.14 |
날마다 거울 - 이만섭 (0) | 2018.07.28 |
달빛 - 이만섭 (0) | 2018.07.16 |
옛집을 가다 - 이만섭 (0) | 2018.06.15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