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마당의 초대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마당의 초대 - 이만섭

이양덕 2018. 8. 21. 07:52








마당의 초대



                   이만섭





실로 오랜만에 초대를 받고

내가 들어선 마당은

발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바짝 뒤따르며

그자리가 중심이 되고 싶기라도 한 듯

이리저리 나를 챙기고 있다.


마당을 방해하던 것들은 말끔히 치워지고

나만 우뚝해서 더욱 초대받은 듯

울타리까지 길게 뻗어나간 그림자를 물끄러미 헤어보는 것인데

어느새 울타리는 성곽처럼 다가와

별도로 나의 시선을 붙들고

민들레 영토 한 귀 빌려 버젓이 꽃 피워냈다.


이 뜰에 함부로 바람이 들면

무슨 그물을 올려 그 날개를 접어놓을 것이냐,

오동나무 같은 활엽은 소란스러울 테고

구상나무 같은 침엽은 날개들이 숭숭 빠져나가

내가 소망하는 마당의 자태를 얻지 못할 것이니

아무래도 이것은 사소할 수 없는 일이어서,


달이 차올라 사방을 환하게

비추는 것도 잊고 마당 가운데 홀로 갇혀

오랜 벗이 그의 누옥으로

초대한 마음을 안고 쑥스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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