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분명하나 분명하지 않는 것이- 이만섭 본문
분명하나 분명하지 않는 것이
이만섭
기억하는 얼굴에 이름이 없다.
문맹이 되어버린 文字와 같이
오랫동안 닫힌 입술은 말을 꺼낼 수 없어
안간힘을 써보지만
더해지는 불분명은 나를 생각 밖으로 밀어낸다.
잠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무심은 가장 크나큰 사랑의 不善이 아닐까 하고,
꿈속에 산재비들이 물웅덩이 가에서
맑은 하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시커멓게 탄 그리움의 휘장을 펄럭이며
한 자취 찾아 헤매던 광경이 이채로웠다.
그것은 호젓함일까, 애처로움일까,
아무래도 내 일만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지랑이처럼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바깥에 갇혀 안을 내다보는 정면에
어떤 理性으로도 다가갈 수 없는 낯익은 얼굴이
곡두인 양 흐릿한 표정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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