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분명하나 분명하지 않는 것이-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분명하나 분명하지 않는 것이- 이만섭

이양덕 2018. 10. 20. 09:27






분명하나 분명하지 않는 것이


  이만섭




기억하는 얼굴에 이름이 없다.

문맹이 되어버린 文字와 같이

오랫동안 닫힌 입술은 말을 꺼낼 수 없어

안간힘을 써보지만

더해지는 불분명은 나를 생각 밖으로 밀어낸다.

잠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무심은 가장 크나큰 사랑의 不善이 아닐까 하고,

꿈속에 산재비들이 물웅덩이 가에서

맑은 하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시커멓게 탄 그리움의 휘장을 펄럭이며

한 자취 찾아 헤매던 광경이 이채로웠다.

그것은 호젓함일까, 애처로움일까,

아무래도 내 일만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지랑이처럼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바깥에 갇혀 안을 내다보는 정면에

어떤 理性으로도 다가갈 수 없는 낯익은 얼굴이

곡두인 양 흐릿한 표정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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