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어머니와 함박눈 - 이양덕 본문
어머니와 함박눈
이양덕
함박눈 맞으러 간다
창호지 같은 손으로 얼싸안는 어머니 품으로 난,
산비알이 쏘아올린 목화송이가 팡팡 터진다
누가 눈부신 빛살을 밟고 온 것일까
눈밭에서 꺾일 듯 가는 다리 오므렸다 폈다
흰 바람을 움켜쥐고
빙글빙글 사분사분 목선이 고운 어머니의 혼불인가
꽃잎 나풀거리듯 춤사위 황홀하다.
어머니 엘피판이 들려준 홀로 아리랑은
끈적끈적 엉긴 지문에서 북 바치는 설움을 보았다
장독대 오가리에 쌀가루가 소복하고
꽁지로 겨울을 밀쳐내고 푸른 이끼를 만지고
맑은 물에 발을 씻은 물까치
하르르 내리는 눈송이를 물고 차오른다.
한줌 재로 남을 생솔가지 아궁이에서 타닥타닥
자식들 등가죽에 붙은 배 불리려는
어머니 가슴 타는 소리
질화로에선 청국장 보글보글 끓고
궁핍에 절어 매양 갈피없이 흔들리던
애달픈 마음이 숨 가쁘게 메산을 오른다
쌀밥 한 그릇에 보상받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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