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화병 ㅡ 이양덕 본문
화병
ㅡ플라스틱
이양덕
분리수거 당해 박살나서 너덜거린 날
바다에 둥둥 떠가는데
망루 위에 흰 새가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큰곰자리가 보이는 창가에 두고 갔다
목이 꺾인 붓꽃을 끌어안고 지난했던 날을 말했다
액자 속에 나신으로 누워있는 여인의
파란 눈동자가 화병에 닿자
고향의 파란 바다 생각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희미한 백열등 아래서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당신의 그림자를 안을 때
두 눈이 바람에 업혀갔으나
검은 사막에서, 나의 별이 돌아왔다
흔들리는 마음은 누구로부터 왔을까
발화의 모태는 빨강이 아니었을까
입술이 닿으면 차갑게 굳은 뺨은 절벽을 달렸다
정오의 심장을 삼킨 토마토가
알몸으로 발버둥치는 용기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데
주문한 자장면을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야 할
나뉘어질 수 없는 관계였지만
다시 폐기물로 분류되어 바다로 흘러들면
꽃은 모레밭에 주저앉아 흰 눈물을 떨구며 울부짖고
상어가 덥석 삼키게 될 테니
그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면
어디선가 발가벗겨져 울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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