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김밥을 보며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김밥을 보며

이양덕 2008. 11.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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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을 보며 /이만섭

 

 

 

아내가 김밥을 만다

통말이로 말아놓은 저 김밥

기차만큼이나 길어

기차 같다는 생각을 하자니

저것 싸들고 기차나 타 보았으면

아내도 당장 계획은 없겠으나

같은 마음일까

일상의 밥은 대체로 점잖은 편인데

김밥은 그런 무게와는 달리

짐짓 들뜬 표정이다

삶의 중심에 놓인 끼니라기보다는

어딘가 여가의 편에서 만들어지는

소풍을 기다리는 듯싶기도 하고

준비가 되면 어디론가 떠날 듯

단순함은 왠지 함부로 낭만스럽다

딱히 화창한 봄날이 아니라도

경춘선 기차를 타고 가다가

한 대성리나 청평 쯤에 내려

소나무 그늘이나 펑퍼짐한 바윗돌 주변

강바람이 살랑이는 곳이라면

그 어디 풀밭에라도 여유로운 마음 내려 

드맑은 하늘 올려다보며

우리의 일상은 왜 그렇게 바쁘기만 한가

김밥처럼 둥글게 말리지도 않고

단무지처럼 사근거리며 씹히지도 않고

그렇게 앉아서 까먹으면 좋을 것만 같은

식탁 위에 오른 김밥이 

낮츰한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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