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경춘선 客說 본문
경춘선 客說
이만섭
경춘선 기차는 아무나 탈 수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탈 일은 아니다 京과 春 사이, 몸도 마음도 더불어 싣고 오가는 사람만 타야 한다 물론 그래야 한다 기차가 매케한 도시를 벗어나 산모퉁이를 돌고 어느덧 강물을 건널 때도 지하철을 타고 가듯 자는 척 볼품없이 눈 감고 있다가 종착역에 이르러 너른 호반을 보고 기지개를 켜듯 일어나 야호, 하며 환호성이나 지른다면, 그런 뒤, 춘천 막국수에 닭갈비나 뜯으며 아닌 말로 휘- 바람이나 쐬고 올 요량이라면, 아, 그것은 산수 간에 식객일 뿐이다 옛 여름 강뜰에 모닥불 지핀 자리를 찾아간다거나 일상 밖 손짓에 견딜 수 없어 교외선을 타려는 모습은 청량리 역사 개찰구에서 판가름이 난다 굳이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 아니어도 그의 출구는 소양강 물이 춘천을 지나 강촌, 가평, 청평, 대성리를 거처 두물머리로 흘러내려 그 가슴으로 파고들고 있음에 내륙의 연어처럼 북한강을 거슬려 오를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과 춘천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기차를 타고 오가며 오징어 땅콩을 외치는 홍익회 이동판매원처럼 기차에 갇혀 가면 곤란하다 그러므로 세월이 흘러도 푸른 동녘에 두고온 그리움의 육향 같은 내음을 꿀벌 잉잉거리듯 찾아가야 하는 길이기에 경춘선 기차는 아무나 탈 수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탈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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