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쓸쓸한 산책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쓸쓸한 산책

이양덕 2009. 6. 6. 18:46

        쓸쓸한 산책

        이만섭
        저녁은 하나의 손짓이다 낮 동안 사물과 생물이 각축하던 풍경을 휘휘 저어 연기처럼 흩트려버리고 그곳에 어둠을 들여놓는다 아무도 저항하지 않고 묵묵히 따르는 온건파들, 쥐똥나무울타리 숲에서 저녁노을의 붉은 때를 즐기던 참새떼들의 번다한 수다도 어느덧 고요로 잠재우고 아이들이 돌아간 텅 빈 놀이터는 검정 비닐봉지만 펄럭펄럭 뒤척거린다 검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불 켠 가로등에 자리를 내주고 내가 대신 어슬렁거린다 나도 저녁에 손짓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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