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장맛비에 부쳐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장맛비에 부쳐

이양덕 2009. 7. 9. 10:46

 

 

 

장맛비에 부쳐

 

                               이만섭

 

 

비가 온다, 아무래도 나는 돌아가야겠다

이 질척거리는 길을,

그러자면 옛집은 더욱 멀어지겠지

날은 저물어오고

꼼지락거리는 자리마다 습습하다

창밖 가득히

푸른 수숫대 웅성거리듯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내가 도착할 즘에도

후박나무는 너른 이파리 머리에 이고

두엄 가에 우두커니 서 있겠지,

저녁을 짓던 굴뚝의 연기조차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칠월의 처마 밑으로 슬그머니 기어들겠지,

내가 돌아가는 동안

혹여 빗물이라도 불어 집이 더더욱 아득해지면

별수 있겠나,

나는 또 다시 낯선 방 하나 얻어 

숙박계나 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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