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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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시인서재}

귀성

이양덕 2009. 9. 28. 19:48

 

 

 

歸省 /이만섭

 

   

어떤 이유에서라도 집 떠나온 자가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은 넉넉하다

그는 늘 객지를 정처 없이 떠돌았어도

이때만은 정처 있는 행보다

설사 지나간 시절에 뻐아픈 사연이 있었던들

무심한 세월 앞에 풍화작용을 겪지 않았는가

사위를 점령해온 추억 앞에 백기를 들고

속죄하듯 무릎을 꿇는다

내색은 안 해도 가슴 한곳에 잔물결 일듯이

아른거리는 설렘으로

마침내 다다른 고향의 고갯마루에 올라

살구나무 담장 안

저녁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처마의 거무데데한 굴뚝이 보이기 시작하면

마음은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

황국이 고즈너기 저녁을 맞는 사립문 앞에 이른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가슴 속 깊은 곳에 쌓인 말들을 헤집고

먼저 튀어나온 첫마디 말

`어머니. 저 왔어요!` 

저녁불빛 흐려지며 와락 글썽거리는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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