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꽃들의 행방/ 뭉게구름/ 추국/ 충만 본문
꽃들의 행방 /이만섭
겨울 온다,
모두 월동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정작 꽃들은 사라지고 없다
어디로 갔을까,
꽃은 피기나 한 것일까
꽃자리마다 툭툭 불거진 껍질들,
거리에 사람들의 외피도 딱딱해졌고
사물마다 견고해졌다
날이 추워지면 더 무거워지지는 않을까,
꽃이 필 때는 참 좋았는데,
꽃나무 아래 서면
나비처럼 꽃잎에 앉아 흘러내리는
따사로운 햇볕이며,
그 호시절을 두고
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뭉게구름 /이만섭
산 등을 깔고 앉아 하얗게 반짝이는
몽실한 적운층에 네 마음 싣노라니
고향집 살구꽃 피던 시절이 아득하다
그리움을 게양하듯 세월 밖에 돋아난
저 부푼 꿈자락, 그대에게 묻노니
그처럼 늘 아늑하게 희어져만 있는가
秋菊 /이만섭
가을을 탐하던 바람이
싸리 울을 넘다가
차운 꽃그늘에 숨었네
노랗게 올린 화관에도
눈부시게 쏘아대는 햇살
바람과 햇빛 사이
까닥 않고 가을을 지키는
의연히 자태
충만(充滿) /이만섭
병을 앓고 난 후,
어머니가 푸는 밥이
매번 고봉밥이다
국그릇이며 반찬 가지며
당신의 마음을 손끝에 가득 채우시고,
아내는 아무 말 않고
조금씩 덜어
내 마음을 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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