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꽃들의 행방/ 뭉게구름/ 추국/ 충만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꽃들의 행방/ 뭉게구름/ 추국/ 충만

이양덕 2009. 11. 14. 17:41

 

 

 

꽃들의 행방 /이만섭

 

 

  

겨울 온다,

모두 월동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정작 꽃들은 사라지고 없다

어디로 갔을까,

꽃은 피기나 한 것일까

꽃자리마다 툭툭 불거진 껍질들,

거리에 사람들의 외피도 딱딱해졌고

사물마다 견고해졌다

날이 추워지면 더 무거워지지는 않을까,

꽃이 필 때는 참 좋았는데,

꽃나무 아래 서면

나비처럼 꽃잎에 앉아 흘러내리는

따사로운 햇볕이며,

그 호시절을 두고

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뭉게구름  /이만섭

 

 

 

산 등을 깔고 앉아 하얗게 반짝이는

몽실한 적운층에 네 마음 싣노라니

고향집 살구꽃 피던 시절이 아득하다

 

그리움을 게양하듯 세월 밖에 돋아난

저 부푼 꿈자락, 그대에게 묻노니

그처럼 늘 아늑하게 희어져만 있는가

 

 

 

 

 

 

 

 

 

秋菊 /이만섭

 

 

 

가을을 탐하던 바람이

싸리 울을 넘다가

차운 꽃그늘에 숨었네

 

노랗게 올린 화관에도

눈부시게 쏘아대는 햇살

 

바람과 햇빛 사이

까닥 않고 가을을 지키는

의연히 자태

 

 

 

 

 

 

충만(充滿) /이만섭

 

 

병을 앓고 난 후, 

 

어머니가 푸는 밥이 

매번 고봉밥이다

 

국그릇이며 반찬 가지며

당신의 마음을 손끝에 가득 채우시고,

 

아내는 아무 말 않고

조금씩 덜어

내 마음을 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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