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가끔`이라는 말의 간격에 대해 본문
`가끔`이라는 말의 간격에 대해
이만섭
일상으로부터 잊고 있던 시간이 찾아들 때
그것을 무심이라고까지 할 순 없겠지,
그러나 심심찮음을 가장한 경우라도
시간의 틈에 끼어드는 것만 같다
가령,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아는 만큼보다 먼 거리에 있다면
착시현상으로 지나치고 싶을 것이다
그가 이방인처럼 낯선 거리를 혼자 헤맸거나
어느 허름한 여인숙에 갇혀 밤을 새웠거나
그처럼 일련의 소외된 부재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찾아온 경우라도
습관에 길들어진 일상은 쭈뼛거리기 일쑤다
까닭에, 시간이란 거리감에 들면
자칫 영속성을 해치는 것
어우러진 일상이란 지지고 볶아도
한 냄비 속에서 익혀가는 음식 같은 것
아는 사람이 아는 만큼의 거리에 있을 때처럼
`가끔`은 언제나 서먹서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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