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꽃을 위한 제언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꽃을 위한 제언

이양덕 2010. 4. 8. 17:16
 


      꽃을 위한 제언/ 이만섭 이제 꽃을 더는 꽃이라고 부르지 말자 영영 그렇자는 것이 아니라 이 봄철만이라도 그렇게 하자 봄이 오면 당연히 꽃 피는 줄 아는 당신 우리의 꽃샘은 언제부터인가, 가지 꺾인 개나리꽃 오늘은 공원 가에 버려져 있다 꽃이라는 이름으로 피어 꽃이 아닌 이름으로 겪는 수난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고사리 같은 손길 닮은 노란 꽃가지 입때껏 입버릇처럼 불러온 이름이지만 더는 함부로 부르도록 방관할 수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꽃에 이름표를 달아주면 어떨까, 그러니까 이름표대로 꽃 이름을 불러주자는 것이다 익히 아는 이름을 새삼스럽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겠느냐고 반문할 테지만 그건 잘 모르는 소리다 그 앞가슴에 예쁜 이름표 반듯하게 달아놓고 꽃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보라 그렇지 않을 때와 어떤가, 손수 지어준 듯 호명하는 이름이라면 꽃들이 먼저 좋아할 것이다 꽃이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만큼 우리는 그 이름에 맞게 예우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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