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벚꽃 핀 길목 본문
벚꽃 핀 길목/ 이만섭벚꽃 핀 길을 가면 한아름 꽃다발을 선물 받는 듯 두 손 내밀어 설레는 가슴에 얹고 싶어진다 맑게 웃는 꽃의 태두리에 아직 뜯지 않은 예쁜 레이스 같은 포장이 가지런히 풍경을 두르고 그 마음 그대로 꽃의 환희 속으로 찬찬히 들어갈 때, 눈길 닿는 곳마다 화려한 수선으로 훅훅 입김 불며 가슴 밀치고 다가오는 꽃의 볼륨이 탐스럽다 들뜬 마음을 에우기라도 하듯 바람은 이는 듯 마는 듯 가붓거리는데 솜털 같은 가벼움으로 허공에서 날갤 접었다 펴는 흰 새떼들의 깃털이 뭉게구름층으로 피어난다 맑게 드러난 허공 한가운데로 마침내 깃털을 펴 나는 새, 나무는 이 봄날 청호새의 보금자리였나 당신과 내가 이곳에서 언약한다면 벚꽃나무 천 년도 더 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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