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그릇에 부쳐 본문
그릇에 부쳐
이만섭
그릇들은 생각이 많다
무엇을 담을까 궁리하는 것조차
숫제 타의적이니,
간장 항아리 오랫동안 담겨 있는 까닭은
묵히는 중이다
편의점에서 사온 물병 빨리 비워낸 것은
목말랐기 때문이다
비우기 위해 채우고
채우기 위해 비우고
그렇게 쓰여지는 게 전부다
바다의 그릇에 담긴 소금물이나
샘물의 그릇에 담긴 생수 같은 것은
원체 그릇적인데
여전히 궁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생각에 골똘한 것들이다
비워놓을 수 없는 쓸모이거나
비워 쓸모를 궁리 중인 것이
깊이로 담기는 것인데
그릇처럼 담아내지 못하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면,
그런 쓰임은 늘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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