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오동꽃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오동꽃

이양덕 2010. 5. 20. 22:31

 

 

오동꽃 /이만섭 

 

 

꽃이란 꽃은

아름다움을 위해 필 진대

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꽃도 있다

 

오랜 세월

나무가 아름드리를 짓는 동안

꽃은 얼마나 한결같던가

비원의 종소리라도 들려줄 듯

꽃 필 때마다 귀를 열어

나무의 몸에 소리를 키웠으니

꽃을 받쳐 든 너른 이파리도

청태 같은 가지도

켜켜이 붕새의 꿈을 꾸었으리

 

그렇기에 저 꽃밥의 주인은

필시 음악가일 것이다

연주회에서 돌아온 저녁이면

월광곡이라도 쓰듯이

그는 오동나무 아래로 가서

천 년의 악보를 쓰는 것이다

 

언젠가 나무가 속을 다 비울 때까지

아름다운 악기를 위해

아직도 기다림의 말미를 주며

그 사이 꽃은

하얗고 고즈넉하게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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