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오동꽃 본문
오동꽃 /이만섭
꽃이란 꽃은
아름다움을 위해 필 진대
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꽃도 있다
오랜 세월
나무가 아름드리를 짓는 동안
꽃은 얼마나 한결같던가
비원의 종소리라도 들려줄 듯
꽃 필 때마다 귀를 열어
나무의 몸에 소리를 키웠으니
꽃을 받쳐 든 너른 이파리도
청태 같은 가지도
켜켜이 붕새의 꿈을 꾸었으리
그렇기에 저 꽃밥의 주인은
필시 음악가일 것이다
연주회에서 돌아온 저녁이면
월광곡이라도 쓰듯이
그는 오동나무 아래로 가서
천 년의 악보를 쓰는 것이다
언젠가 나무가 속을 다 비울 때까지
아름다운 악기를 위해
아직도 기다림의 말미를 주며
그 사이 꽃은
하얗고 고즈넉하게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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