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여름 숲에 들다 본문
여름 숲에 들다/ 이만섭
초록의 시간이 신성하다
나무들, 너른 너른 푸른 무언극으로
이웃끼리 손 마주 잡고
푸근한 자태로 둘러 있다
몸 자리 에운 것을 보니, 밖에선
야적해놓은 그물처럼 모닥거려 보였으나
광합성을 위한 결속이었다
묵묵히 번진 이끼들,
나무 저편 수런거리는 소리
미처 듣지 못한 이쪽의 말 풀며
수화를 하고 있다
가도 가도 잔잔한 말들,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는 한속으로
깊은 데 이르지 못해도
나는 기꺼이 푸른 지도 하나 품은 이방이다
푸르다는 것은 얼마나 참된 일이냐,
숨결 가득 차오르는 넉넉함으로
아늑한 궁륭에 든다
저녁 무렵,
새들도 처소로 돌아가고
잠들기 위해 천천히 귀가하는 숲
정중히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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