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여름 숲에 들다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여름 숲에 들다

이양덕 2010. 6. 9. 09:12

 

 

 

여름 숲에 들다/ 이만섭

 

 

 

초록의 시간이 신성하다

 

나무들, 너른 너른 푸른 무언극으로

이웃끼리 손 마주 잡고

푸근한 자태로 둘러 있다

 

몸 자리 에운 것을 보니, 밖에선

야적해놓은 그물처럼 모닥거려 보였으나

광합성을 위한 결속이었다

 

묵묵히 번진 이끼들,

나무 저편 수런거리는 소리

미처 듣지 못한 이쪽의 말 풀며

수화를 하고 있다

 

가도 가도 잔잔한 말들,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는 한속으로

깊은 데 이르지 못해도 

나는 기꺼이 푸른 지도 하나 품은 이방이다 

 

푸르다는 것은 얼마나 참된 일이냐,

숨결 가득 차오르는 넉넉함으로

아늑한 궁륭에 든다

 

저녁 무렵,

새들도 처소로 돌아가고

잠들기 위해 천천히 귀가하는 숲

정중히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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