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푸름의 시간 본문
푸름의 시간
이만섭
북한강 물 보러 가는 길에 청평에 든다
산도 물도 온갖 푸른 빛
더는 지나칠 수 없어 물 등을 타고 앉듯
강물에 손을 적시니
손등에 잎맥처럼 번져오는 푸른 물줄기
강에 어린 민낯에도 물이끼 같은 푸른 빛
금세 건져 올린 손에서 뚝뚝 푸른 물방울 떨어진다
조약돌 하나 움켜쥐고 물수제비를 띄우니
푸름에 겨운 듯 청,청,청, 화답하는 소리
푸른 산이 강물에 응결될 때까지
내 마음이 벼른 것도 푸른 물색(色)이었다
긴 가지 수면에 치렁치렁 내려
돛배를 젖는 버드나무
청파로 이는 물결에 귀 대이고 있다
나무 아래 잠시 마음 묶이니
어느덧 나는 *유하백마가 된다
강상을 건너오는 훤훤바람에 들풀들 드러눕고
물결에 떨어뜨린 흰 말의 깊은 눈매여,
그대 그리움 어느 곳을 향하는가
나의 고삐가 나무의 물관에 닿으니
갈기처럼 일어서는 마음이어라
푸를 때로 푸르러져 이두수(二頭水)를 향한 물길
그르메 같이 내 가슴에도 번져 와
저녁이 올 때까지 붙들어놓고 있었다
* 柳下白馬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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