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푸름의 시간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푸름의 시간 /이만섭

이양덕 2010. 8. 24. 22:42
   


       푸름의 시간 /이만섭 
       북한강 물 보러 가는 길에 청평에 든다 
       산도 물도 온갖 푸른 빛
       더는 지나칠 수 없어 물 등을 타고 앉듯 
       강물에 손을 적시니 
       손등에 잎맥처럼 번져오는 푸른 물줄기 
       강에 어린 민낯에도 물이끼 같은 푸른 빛 
       금세 건져 올린 손에서 뚝뚝 푸른 물방울 떨어진다 
       조약돌 하나 움켜쥐고 물수제비를 띄우니 
       푸름에 겨운 듯 청,청,청, 화답하는 소리
       푸른 산이 강물에 응결될 때까지 
       내 마음이 벼른 것도 푸른 물색(色)이었다 
       긴 가지 수면에 치렁치렁 내려 
       돛배를 젖는 버드나무
       청파로 이는 물결에 귀 대이고 있다 
       나무 아래 잠시 마음 묶이니 
       어느덧 나는 *유하백마가 된다 
       강상을 건너오는 훤훤바람에 들풀들 드러눕고 
       물결에 떨어뜨린 흰 말의 깊은 눈매여, 
       그대 그리움 어느 곳을 향하는가 
       나의 고삐가 나무의 물관에 닿으니 
       갈기처럼 일어서는 마음이어라
       푸를 때로 푸르러져 이두수(二頭水)를 향한 물길 
       그르메 같이 내 가슴에도 번져 와 
       저녁이 올 때까지 붙들어놓고 있었다
       2010년 시인 광장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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