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작달비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작달비

이양덕 2010. 8. 27. 10:55

작달비 /이만섭

-나의 아포리즘 시론- 작달비 온다 그가 말했듯, 세차게 세차게 내리꽂으며 비는 숲, 고온다습한 시간들 잠재우듯이 올곧은 삼나무 행군으로 역습한다 비의 창에 찔려 압사당한 대지는 피 같은, 일순간에 범람하는 빗물의 포위망에 걸려 나오는 추억 한 꾸러미, 유난하다 세월이 키우던 건기의 들풀들 가까스로 피워낸 풀꽃 밟고 물비린내 풍기며 빗물 스며든다 그래서 풀은 상처가 많아 그것을 뿌리에 들여놓고 자라는가, 오래전에 닫긴 비의 창 하나 미닫이문 열 듯 마중물로 나서면 저물녘 옛집의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눈빛 까막거리며 수묵 하늘 바라보다가 그가 말했듯 불현듯 쏟아지는 비 비 작달비, 비의 마중은 왜 그리도 갑작스러운지 와락 허리째 휘감듯 쫓아왔다가 제풀에 겨워 몰려가는 비의 뒷굽에 세우는 눈빛, 그가 말했듯 작달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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