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작달비 본문
작달비 /이만섭
-나의 아포리즘 시론-
작달비 온다 그가 말했듯,
세차게 세차게 내리꽂으며
비는 숲, 고온다습한 시간들 잠재우듯이
올곧은 삼나무 행군으로 역습한다
비의 창에 찔려 압사당한 대지는
피 같은, 일순간에 범람하는 빗물의 포위망에
걸려 나오는 추억 한 꾸러미, 유난하다
세월이 키우던 건기의 들풀들
가까스로 피워낸 풀꽃 밟고 물비린내 풍기며
빗물 스며든다
그래서 풀은 상처가 많아
그것을 뿌리에 들여놓고 자라는가,
오래전에 닫긴 비의 창 하나
미닫이문 열 듯 마중물로 나서면
저물녘 옛집의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눈빛 까막거리며 수묵 하늘 바라보다가
그가 말했듯 불현듯 쏟아지는
비 비 작달비,
비의 마중은 왜 그리도 갑작스러운지
와락 허리째 휘감듯 쫓아왔다가
제풀에 겨워 몰려가는 비의 뒷굽에 세우는 눈빛,
그가 말했듯 작달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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