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바람의 낙법(落法) 본문
바람의 낙법(落法)
이만섭
양버즘나무 기다란 가지 사이
활엽층의 빈터에서 바람이 재주넘기를 한다
휙휙- 가지가 휘도록 낚아채는 손,
한 무리 되새떼 날아가는 소리
풀썩 신작로 위에 착지를 하면
우수수 따라붙는 낱장의 나뭇잎들
잎맥의 끝에 할퀸 흔적 역력하다
그럴 때도 바람 쪽으로 너른너른 귀를 열고
소리의 유혹에 고개 갸웃거리는
가지마다 철없는 이파리들,
잎 틔울 때 숨길 열어주던 유전자만 기억하는 것일까,
생명의 때를 다하지 못한 수족을 떨어낸
나무는 얼마나 상심 중일까,
안간힘으로 버티다가
마지못해 생때같은 이파리 툭툭 털어내는데
건들건들 잎을 타고 활강하는
허파에 구멍 뚫린 바람의 차가운 심장이
궤적처럼 쫓으며 나무를 야성으로 길들인다
저 혼자 노는 일 삼가는 법 없이
막무가내 즐기는 위험한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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