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어디만큼 본문
어디만큼 / 이만섭
눈을 감아 보폭을 재던 시절이 있었지
아라비아 숫자를 세며
발소리 귀밑에 접던, 소리 둔감해지면
어느덧 손뼉을 치는 저편
소리로 방향타를 잡아주듯 미소 띤 술래였지
허방을 딛고 휘청거릴 때도 안심하고 분망했던 마음이
생의 연습인 줄 까맣게 몰랐었지
그 사이, 평지가 비탈이 되고
구릉이 평지가 되고
정처없는 길을 걸었었지
나 이제도 그 어디만큼으로 산다
어느덧 내 몸은 내 생의 중심이 되어 있었고
사위를 에워싼 지형을 둘러보니
발끝에 닳아버린 세월이 고무락거린다
나 시방 또 어디만큼 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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