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적(笛)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적(笛) /이만섭

이양덕 2011. 1. 9. 08:39

(笛) /이만섭

 

 

 

 

저녁 종소리 끊긴 *향적사를 찾아간다

날은 저물어 절집은 아득한데

홀로 걷는 산길이 휘감는 푸른 여운

사위를 긋는 소리 어디서 오는가

오래전 소실한 초막에서 피워올리는 연기처럼

산속은 군불을 지피듯 안온하다

저 소리, 나는 여태껏 귀로만 듣지는 않았는가

취구(吹口)에 이는 바람의 거처가 흉금인 것을 외면하고

입술이 부박함을 탓하지는 않았는가

가부좌를 튼 저 횡적(橫笛)에서

허공을 나는 단정학의 울음소리

어느 소리꾼이 득음을 위해 든 수간계곡

용소의 물소리 점점 깊어간다

마침내 밤은 중천에 달을 띄워놓고

진인을 기다리듯 천지가 은은하다

저 소리 가슴에 담자니 만파식적이다

 

 

왕유의 시- "過香積寺"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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