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아침의 이유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아침의 이유 /이만섭

이양덕 2011. 1. 13. 08:29

 

 

   아침의 이유

 

 

   이만섭

 

 

 

   날줄이 뻗어오는 햇살을 걷어 올리며

   구상나무를 선회하던 비둘기 떼

   공터 마른자리에 오종종 모여

   비상의 시간을 기록이라도 하듯 깃털을 고른다

   날개가 없는 것들은 그들만의 창으로

   밤사이 접힌 생활들을 환기시키며

   잠 깬 고요를 달그락거린다

   밤새워 속살거리던 물소리에

   앞 냇가 들풀들은 뜬눈으로 지새웠을까.

   밭 언덕의 미루나무 샛바람이나 흔들어 줄 우둠지에

   까막까치 날아와 하늘문을 열어주는 시간

   안개 덮인 엉겅퀴 등걸에 넝쿨을 올린 나팔꽃

   활짝 웃는 표정이 환하다

   새와 나무와 냇물과 꽃들뿐일까,

   여기저기에서 폭족 터지듯 열리는 것들

   어둠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

   비늘을 단 활어처럼 파닥거린다

   기다려서 오는 것들이 순간마다 새롭다

   밤사이 이슬을 짓고 눈뜬 풀잎마저

   살아 있는 날은 새롭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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