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그리운 저녁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그리운 저녁

이양덕 2011. 3. 23. 04:46

 

 

 

   리운 저녁  /이만섭 


    하루 한번 쯤 
    내 몸을 편지처럼 붙이고 싶다
    옷깃에 본제입납이라고 쓰고

    편지보다 먼저 가서

    수취인이 되고 싶다


    그런 저녁은,
    어둠이 깃드는 골목 어귀에
    마중 나온 어머니처럼
    패랭이꽃이라도 한 무더기 피어 있었으면,


    온종일 하늘가를 떠돌던 흰 구름
    산허리에 걸어놓고
    진홍빛으로 물드는 서녘, 


    담장 아래 환하게 피어 있던

    채송화도 어릿어릿 저물녘으로 잠기어 

    제 빛깔 고스란히 감추고

 

    나무도 집도 등 굽혀

    수묵빛 정경에 나직이 기대어 있는
    온갖 것들

    선염으로 번지는 시간,


    사위를 휘감는 쓸쓸함인들 적막인들

    어찌 아니 정겹다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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