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개화기 본문
개화기 /이만섭
꽃이 피어 있는 동안을 봄이라 하겠다 고요는 더욱 오묘해져, 무언가 터질 것 같은 그 초조한 잠행도 봄이라 하겠다 꽃의 영역으로 이동해 온 꽃나무 길고 긴 고행길에 각질이 터진 등걸로 꽃대 올린 자리마다 말갛게 고이는 날빛, 마주보는 눈빛도 봄이라 하겠다 애벌레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기 시작하는 나비의 잉태기에 시시각각 심호흡을 거듭하며 등선의 때를 기다리는 자리에 한 점 한 점 선명한 문양을 박는 심장의 피돌기에 귀 기울이는 사위도 봄이라 하겠다 이 무렵 풍경의 재구성이 점입가경이다 설렌다는 것은 가슴에 손을 얹는 것이다 귓불이 달아오르도록 쿵쿵거리는 심장의 박동이 꿈의 발아점이라면, 꿈이란 본시 어둠에서 가져와 생명의 경이에서 피는 꽃이라 하겠다 꽃봉오리마다 온몸 파르르 떠는 미세한 울림은 靜中動이다 어디에도 아픔 아닌 신생이 없을진대 꽃대 올리던 밤은 별빛도 이슬의 눈물을 닦아 주었으리 꽃이 핀다는 것은 꿈이 환희에 드는 때다 찬란한 정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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