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꽃의 선물 ㅡ 이만섭 본문
꽃의 선물 /이만섭
사는 게 막막해지면
마음이라도 달래기 위해 꽃집에 간다
꽃들은 겉치레를 다 벗어놓고
얼굴에는 얼굴로 눈빛에는 눈빛으로
좀 모호한 듯싶은 말을 건네는데
오늘 피어난 꽃의 등 뒤에서 어제 피웠던 꽃이
삶의 내력을 언뜻언뜻 일러주는 거다
음악도 없이 흐르는 화음은
꽃대 사이를 벌 나비처럼 넘나들며
웃음 띤 얼굴로 막막한 생을 비켜가는데
기쁨의 무늬가 촘촘히 박힌 꽃잎을
뒤적뒤적 보여주다가
꽃그늘 아래로 어여쁜 꽃등을 밝히고 온다
오, 환해지는 길이 여기에 있었구나,
부드러운 꽃의 손길이여,
금세 무너져내리는 막막한 옹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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