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새들의 정거장은 왜 불문율인가 - 이만섭 본문
새들의 정거장은 왜 불문율인가
이만섭
극지의 새는 번식기가 오면
빙하의 남쪽을 향해 수만 킬로를 날아간다
그 자체만으로도 공중 어디쯤
새들의 정거장이 있겠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적도를 지날 때 새는 태양의 뜨거운 입김을 피해
길목 어디쯤에 심어놓은 활엽수 그늘에
잠시 여정의 피로를 내려놓겠지만
누구도 그것을 발설하지 않는다
날갯짓이 가상하여 침묵하는 이유라면
그것은 새의 약점을 감추는 것일 뿐
하늘의 새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날개가 허공을 가르며 전력을 다하는 사이
무게를 비운 몸이 천궁에 드는 것을 보겠는데
나무에 앉은 새를 목격했을 때
등에 접은 날개가 침잠처럼 가지런한 것도
이와 같은 호혜를 얻어 새는 미지를 나는 것이다
공중 어디쯤에 날개와 허공이 밀약한
새들의 정거장을 아무도 묻지 않는 것은
날개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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