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우거진 망초꽃밭을 지나며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우거진 망초꽃밭을 지나며 - 이만섭

이양덕 2012. 7. 8. 17:49

 

 

 

 

 

 

     우거진 망초꽃밭을 지나며  

 

 

         이만섭

 

 

 

       저 산수화 한 점

       벽에 걸려있지 못하고 그림 밖으로 뛰쳐나와

       한마당 풍경으로 눈길을 붙든다

       산도 물도 닿지 않는 언덕 한 귀에

       한철 흰빛으로 와서

       흰빛보다 더 희디흰 기억을 거느리고

       작렬하는 햇빛과 맞서며 불망을 노래한다 

       무정도 하다 척박한 조우여,

       제 한마당이라지만 그리움을 입은 소복처럼

       저리도 무성토록 일군 꽃밭인데

       꽃들의 뒤편은 어둔 생채기를 서려놓은 듯

       어디서 오는 비애의 그림자인가

       꽃은 그냥 피어나지 않는 것이니

       꽃밭 너머 허물어진 옛집 같은 정령이 어렴풋하다

       지천이 저곳까지 미쳐 있으니

       길섶의 아름다움인들 내 어찌 함부로 다가갈 것인가,

       뜻 굽히지 않고 꿋꿋이 견뎌낸 종순의 세월이

       일시에 무너져버릴 것만 같아

       섣불리 손 내밀 수 없는 기다림의 결기여,

       한 마리 나비조차 되지 못한 나는

       저 깊어진 현현함을 물리며 발길을 돌린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