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깨꽃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깨꽃 - 이만섭

이양덕 2013. 10. 21. 09:44

 

 

 

 

 

 

   깨꽃

 

 

                이만섭

 

 

 

 

 

어머니 아낙이었을 적

잡초 뽑아낸 밭고랑 길 가면

콩밭은 더욱 푸르고

 

그 너머 가장자리에

홍자빛 저녁 햇살 한가득 이고

깨꽃이 하얗게 눈부셨다

 

찔레나무 가까이 가면 꽃뱀이 나온다는 말

건성으로 흘러 듣고

가느다란 모가지 쏘옥 뽑아 입에 물면

혀끝에 번지는 달짝지근한 감촉

여름의 안쪽이 더욱 푸르렀다

 

꽃뱀아 꽃뱀아 니는 이것도 모르니,

출렁출렁 밭고랑 길 흔들며 오는 아들의

종종걸음을 우두커니 서서

호미 든 채  빙그레 건너보는 어머니도 

깨꽃을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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