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깨꽃 - 이만섭 본문
깨꽃
이만섭
어머니 아낙이었을 적
잡초 뽑아낸 밭고랑 길 가면
콩밭은 더욱 푸르고
그 너머 가장자리에
홍자빛 저녁 햇살 한가득 이고
깨꽃이 하얗게 눈부셨다
찔레나무 가까이 가면 꽃뱀이 나온다는 말
건성으로 흘러 듣고
가느다란 모가지 쏘옥 뽑아 입에 물면
혀끝에 번지는 달짝지근한 감촉
여름의 안쪽이 더욱 푸르렀다
꽃뱀아 꽃뱀아 니는 이것도 모르니,
출렁출렁 밭고랑 길 흔들며 오는 아들의
종종걸음을 우두커니 서서
호미 든 채 빙그레 건너보는 어머니도
깨꽃을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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