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맹세 ㅡ 이만섭 본문
맹세 / 이만섭
내가 거둔 말
바람벽 속에서 돋움체로 쓴다
그렇게 쓰인 문자들
순정처럼 지극하게 바쳐졌으니
말은 궁극이 될 때까지
초지일관 건사해낸 치열한 문장,
가슴으로 읽자니,
시만 쓰다가 막배를 타고 떠난
어느 시인의 원고를 독해하는 일만큼 숙연하다
그럼에도 이것만은 노엽도록 지나칠 수 없어
활자 같은 말 얼마나 궁굴렸기에
풍상이 빚은 조약돌처럼 견고한 문장이 되었나,
용솟음친 낱말들 아마도
회초리처럼 몰아 예까지 왔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감개무량도 없이
읽을 수 있으리,
연필로 쓴 시가 활판인쇄처럼 또렷해져
샘물같이 맑게 차오를 때
가슴에 들어서는 뭉클한 그 무엇이란
씨앗을 틔우는 온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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