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나무에게 물었다 ㅡ 이만섭 본문
나무에게 물었다
이만섭
이 겨울,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꼿꼿하게 서 있는 네게
옷 한 벌 지어주지 못하는데
너는 왜 내 곁을 변함없이 지키느냐고,
밤이면 그토록 포근하던 달빛도
예리한 칼날처럼 시퍼렇게 빛나는데
맨몸으로 두 팔을 뻗어
한결 같이 마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아침에도,
아무런 먹이도 내줄 수 없는데
곤줄박이가 안부처럼 네 곁을 맴도는 것을 본다
부리로 자꾸만 등걸을 쪼면서
무언가를 묻고 있는 듯한데
가슴에 봄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끝내 말하지 않고 있구나,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落日 ㅡ 이만섭 (0) | 2013.12.29 |
---|---|
접시들 ㅡ 이만섭 (0) | 2013.12.18 |
외투 ㅡ 이만섭 (0) | 2013.12.14 |
어항의 세계 ㅡ 이만섭 (0) | 2013.12.10 |
12월이라는 악기 ㅡ 이만섭 (0) | 2013.12.06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