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그 말이 물들이며 올 때 ㅡ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그 말이 물들이며 올 때 ㅡ 이만섭

이양덕 2014. 6. 11. 10:00

 

 

 

 

 

 

 

 

 

그 말이 물들이며 

 

 

 이만섭

 

 

 

앵두가 절정일 때

유월 저녁을 따라 앵두 속을 걷는다

 

절정의 휘몰이 속에 태어나는 말들은

견딜 수 없는 듯 주저리주저리

푸른 잎 사이 쏟아져 나오는 붉은 입술들로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하며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 죽겠다는 것이다

 

부푼 몸은 한마디 말도 입 밖에서는

폭죽처럼 터질 것만 같다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만 같다

 

흰 유월의 입술이 마르기 전

풍문이라도 좋으니 앵두는 얼룩처럼 번져오고

숨 가쁜 감정을 채록하며

푸른 귀가된 날개 달린 말,

 

입맞춤은 입술이 촉촉할 때 하는 것,

절정일 때 열매도 꽃이 되는 것,

 

생각에 잠긴 몸이 어둠 속에서도 신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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