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그 말이 물들이며 올 때 ㅡ 이만섭 본문
그 말이 물들이며 올 때
이만섭
앵두가 절정일 때
유월 저녁을 따라 앵두 속을 걷는다
절정의 휘몰이 속에 태어나는 말들은
견딜 수 없는 듯 주저리주저리
푸른 잎 사이 쏟아져 나오는 붉은 입술들로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하며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 죽겠다는 것이다
부푼 몸은 한마디 말도 입 밖에서는
폭죽처럼 터질 것만 같다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만 같다
흰 유월의 입술이 마르기 전
풍문이라도 좋으니 앵두는 얼룩처럼 번져오고
숨 가쁜 감정을 채록하며
푸른 귀가된 날개 달린 말,
입맞춤은 입술이 촉촉할 때 하는 것,
절정일 때 열매도 꽃이 되는 것,
생각에 잠긴 몸이 어둠 속에서도 신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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