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凋落의 무늬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凋落의 무늬 - 이만섭

이양덕 2014. 11. 7. 09:54

 

 

 

 

 

 

 

 

           凋落의 무늬

 

 

             이만섭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는 색이 짙다

           낙엽도 예외가 아니듯 무겁다

           나무의 것인데 이미 나무의 것이 아니다

 

           나무를 바라보는 기분이 다르다

           열매는 고유의 자리를 잃고

           나뭇잎도 고유의 색을 잃고

 

           고유라는 말은 지정되어 있는가,

           대체 가을은 무슨 색일까,

           앞 쪽에서 왔다가 뒤를 텅 비어놓은 바람의 색일까,

 

           맑은 햇살과 파란 하늘로 와서

           열매를 익혀놓고 고뇌하는 열매 이후의 시간들은

           열매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허전한 것일까,

 

           삼림욕 중인 빽빽한 숲길에서

           발에 밟히는 숲의 그늘이 허방으로 읽힐 때

           현기증으로 떠다니는 숲의 공기들,

 

           화염에 휩싸인 단풍이 제 빛깔을 태워버리고

           잿빛이 될 때 탄성을 지르듯 펼쳐지는 회색 무늬들,

 

           찬란함에도 슬픔이 깃든다던가,

           몸에서 멀어진 것은 뼛속으로 스미는가,

 

           감정에 물들어 극복하지 못한 채

           사무치듯 태어나는 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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